바이브, 거실용 PC 혁명 불러오나 TV로 온 가족이 블로그.동영상 등 컴퓨터 콘텐츠 즐겨 “올해 데스크톱 시장 30% 점유할 것”…전용 콘텐츠가 관건 2007년 2월18일 설 아침 대학생 A(22)씨는 친척 어른들을 앞에 두고 거실의 컴퓨터를 켰다. PC와 연결된 벽걸이 TV에 A씨가 만든 ‘집안’ 블로그 화면이 뜨자 친척들의 얼굴이 밝아진다. A씨의 설명에 60∼70살 된 어른들이 고개를 끄떡인다. 이어 설 밥상이 나오자 A씨는 컴퓨터를 향해 리모컨을 눌렀다. 블로그 화면이 금세 아침 소식을 전하는 인터넷 매체의 뉴스 화면으로 바뀌었다. 인텔이 최근 선보인 PC 플랫폼 ‘바이브(Viiv)’는 이처럼 방안에서 사용자 1명만을 상대하던 컴퓨터를 거실의 TV처럼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오락(엔터테인먼트) 기기로 바꿔놓는 신기술이다. ‘거실용 PC’란 신조어를 탄생시킨 바이브는 언제쯤 어떻게 국내에 자리를 잡게 될까. 바이브의 현황과 관련 이슈를 정리해봤다. ◇ 바이브 기술이란 = 바이브는 인텔의 듀얼코어 CPU(중앙연산처리장치)칩과 전용 윈도 운영체제(OS) 등의 기술을 한데 묶은 ‘패키지’로 이것을 기초로 만든 컴퓨터를 흔히 ‘바이브 기반’ PC라고 부른다. 바이브 PC는 디지털 TV와 곧바로 연결할 수 있고 ‘퀵리줌’(Quick Resume) 기술을 도입해 별도의 부팅 없이 즉각 전원을 켤 수 있다. 리모컨으로 조작이 가능해 편리성에 있어 PC보다는 가전제품에 더 가깝다. 이 PC의 핵심은 대형 TV를 통해 거실에서 블로그와 온라인 영화 등 각종 인터넷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는 것. TV의 방송을 PC 하드디스크에 저장해서 원하는 시간에 볼 수도 있고 생방송을 잠시 멈췄다 보는 ‘타임머신’ 기능도 가능하다. 바이브 PC는 육중한 몸매를 자랑하는 기존 데스크톱과는 모양새가 전혀 다르다. TV 옆에 부담없이 놓을 수 있도록 몸집이 작아졌고 아예 기존 DVD플레이어와 똑같이 생긴 제품도 있다. AV기기로 쓰면서 동시에 별도의 PC작업도 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성능도 바이브의 큰 장점이다. 하나의 칩으로 CPU 두 개의 효과를 내는 ‘듀얼코어’ 프로세서 덕택에 하나의 PC를 둘로 나눠 쓸 수 있는 것이다. 인텔 관계자는 “거실의 컴퓨터를 무선으로 집안의 다른 모니터에 연결할 수 있다”며 “즉 거실에서 가족들이 PC를 통해 영화를 볼 때 다른 방에서 이 PC를 무선으로 이용해 인터넷 등 작업을 할 수 있어 일거양득의 효과인 셈”이라고 말했다. ◇ 어떤 PC, 서비스 나왔나 = 바이브 PC는 현재 LG전자와 한국HP 등을 통해 국내 출시가 된 상태다. LG전자는 한국 최초로 지난 18일 바이브를 적용한 PC인 ‘엑스피온 AV센터 DV70시리즈’를 출시했다. 판매가 184만원으로 AV기기를 연상시키는 외관에 디지털 셋톱박스와 5.1채널 디지털 오디오 앰프를 내장했다. 미국계 PC업체인 한국HP는 23일 바이브 PC ‘HP 파빌리온 미디어센터 PC’를 선보였다. 일반 데스크톱과 똑같은 디자인으로 TV에 연결하는 AV기기보다 ‘미디어 기능을 강화한 PC’에 가까운 제품이다. 본체 판매가는 150만원선. 삼성전자도 이달 말에 바이브 PC를 발매한다. ‘매직 스테이션 MT50’이란 이 제품은 DVD플레이어를 연상시키는 ‘슬림’ 디자인으로 가격은 미정이다. 바이브 PC 전용의 인터넷 서비스는 어떤 것이 있을까. 현재 SK텔레콤을 비롯한 국내 업체 4곳이 인텔과 제휴를 맺고 동영상과 게임 등 6종의 콘텐츠를 제공 중이다. SK텔레콤은 자사의 MP3파일 사이트인 ‘멜론’(www.melon.com)을 바이브 PC에 서비스하고 있다. 회사측은 향후 자사의 영화 사이트 ‘씨즐’(http://cizle.nate.com), 게임사이트 GXG(www.gxg.com), 온라인 커뮤니티 ‘싸이월드’(htt://cyworld.nate.com)도 바이브용 서비스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NHN은 자사의 포탈사이트 ’네이버’의 VOD(주문형비디오) 서비스와 자매 게임포탈 ’한게임’(www.hangame.com)의 게임 콘텐츠를 제공 중이다. 그 밖의 바이브용 서비스로는 게임업체 CCR의 인기작 ’포트리스 2 블루’와 인터넷 업체 그래택의 동영상 포털 ’아이팝’(www.ipop.co.kr)이 있다. ◇ “바이브만의 콘텐츠가 관건” = 인텔은 올해 말까지 바이브 PC를 국내 데스크톱 시장의 30% 수준까지 보급해 초반 기세 몰이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바이브의 전망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이들도 적지않다. 바이브가 국내에 뿌리 내리는데 필요한 전용 콘텐츠가 현재로서는 부족하지 않냐는 의견이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바이브가 보여준 PC의 AV기능들은 사실 바이브 이전에도 다 나온 것들”이라며 “결국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려면 바이브만의 독자적인 콘텐츠가 관건이지만 아직까지 이 같은 단독 콘텐츠로 볼만한 서비스가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브 PC의 기본 사양에 디지털 HD(고화질)방송 기능이 빠져있는 것도 초기 보급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이는 바이브의 기본사양인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XP 미디어센터에디션 2005’ OS 프로그램이 HD방송 수신카드의 소프트웨어(SW)를 지원하지 않아 생긴 문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바이브 PC는 모두 HD 수신카드 대신 아날로그TV 카드를 기본 사양으로 탑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바이브 PC를 통해 HD방송을 보려면 수신카드를 별도로 구입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한 PC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올해 말 새 OS 버젼(윈도 비스타)을 선보이면 수신카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이나 그전까지 국내 업체 차원에서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집안 어른들이 본가 앞에서 찍은 사진은 블로그 대문에 있고 할머니 독사진은 매일 여기에 따로 모을 수 있어요. LA의 고종사촌댁도 이 화면을 똑같이 볼 수가 있죠”